'응답하라 2003?' 위헌 논란 '주택매매허가제' 계속 언급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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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03?' 위헌 논란 '주택매매허가제' 계속 언급되는 이유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0.02.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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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검토…'위헌 논란'으로 시행 실패
정홍원 전 총리 문재인 대통령 향해 '반헌법적 제도' 지적
文정부 최종병기? 거래 감시 이미 확대…불만 목소리 높아

박근혜 정권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라는 제목으로 영상과 전문을 공개했다. 정 전 총리는 영상에서 문재인 정부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주택매매허가제'를 해야한다는 등 반헌법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진심인지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택매매허가제' 언급에 이어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거론되는 '주택매매허가제(이하 매매허가제)'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매매허가제' 도입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바라본 한 신축아파트단지 앞에 대한민국정부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매매허가제' 도입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바라본 한 신축아파트단지 앞에 대한민국정부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지난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향후 추가로 나올 수 있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매허가제'의 폭발력을 의식한 듯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정도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하루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직후 나온 발언에 시장은 들썩였다.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이 시장 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강 수석의 발언 이후 "강 수석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말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사전에 검토해서 정책으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긴급진화에 나섰다. 

언급만으로도 부동산시장은 물론 당정청이 들썩이는 '매매허가제'는 말 그대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매매를 할 수 있는 제도로,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지만 투기 억제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 매매를 허가받도록 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과거 2003년 참여정부에서도 검토했다가 '위헌 논란'이 일면서 결국 도입하지 못했고, 2005년 8·31 대책 등 주요 부동산대책이 나올 때마다 언급됐지만, 당시 정부는 사유재산권 침해와 부작용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매매허가제'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만약 도입된다면 토지거래허가제처럼 적용지역과 대상, 기간을 지정해야 한다. 

급등하거나, 투기조짐이나 과열조짐을 보이는 지역이 1순위로 지정되고, 서울의 경우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대출규제 적용 기준인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이 첫 타깃으로 꼽힌다. 
 
거래 허가의 기준은 투기가 아닌, 거주지 이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가려내는 것으로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단순 엄포용이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매매허가제'에 대해 선을 긋는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집값이 요동치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실거래가 조사와 자금 출저 조사, 세무 조사 등으로 압박강도를 높인 상황에서 3월부터 '부동산 실거래 조사' 역시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매매허가제'는 지나친 규제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못 박았다. 자연스러운 수요공급에 의해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거래를 통제하거나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나중에 결국에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매매허가를 하게 되면 재산권 침해 문제도 있고, 헌법에도 위배될 수 있다"면서 "만약 시행한다면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매매허가제' 도입에 앞서 이미 시행 중인 정부 단속과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매매허가제' 도입에 앞서 이미 시행 중인 정부 단속과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특히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실거래에 대한 단속 강화에 이미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 집을 판 매도인에게 향후 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까지 소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실제 일부 자치구에서는 단순 매수·매도인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수인에게는 아파트 구입 시 자금계획서를 제출 받고 구입 이후 다시 소명하라는 통지가 전달되는가 하면 매도인에게는 대금을 지급받은 통장내역과 함께 매도 금액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소명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것. 

부동산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통해 이 같은 사례가 확산되자 매수·매도인 사이에는 정부의 단속 강화로 '사생활 침해'는 물론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린 기분'이라는 말까지 오가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및 서울시 자치구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 ▲탈세·체납 엄정 대응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자금출처 단속 이후 부동산 실거래 점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조치의 근거로 부동산거래법 제6조를 들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 및 신고관청은 신고내용조사 결과 그 내용이 이 법 또는 ▲주택법 ▲공인중개사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다른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을 때 수사기관에 이를 고발하거나 관계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국세청까지 고가주택 취득 관련 전수분석에 나서고, 자치구 내부에서 매수·매도인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는 등 정부의 다각도 규제와 단속 강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잊을만하면 다시 언급되는 '매매허가제' 도입 여부는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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