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채무자가 사용수익 중인 양도담보물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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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종 변호사의 법률칼럼] 채무자가 사용수익 중인 양도담보물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되나요?
  • 이호종 변호사
  • 승인 2020.04.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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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법무법인 해승 이호종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해승

Q. 골재채취도매상을 운영하는 甲은 레미콘생성기기를 구입할 자금마련을 위해 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습니다. 사업이 어려워진 甲은 긴급자금조달을 위해 丙에게 이를 처분하였는데, 검찰은 甲의 처분행위가 乙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보아 기소를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채무자가 자기가 사용 수익 중인 양도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할까요?

A. 양도담보는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는 아니지만 채무자가 채무보증의 한 방법으로 채권자에게 담보물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담보물의 소유권 자체를 채권자에 이전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채무자가 변제하면 그 소유권을 다시 채무자가 반환받는 담보제도로, 채무자가 변제하지 않을 경우 채권자는 그 목적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아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약정에 따라 담보목적물을 채권자에게 인도하지 않아도 되므로 담보목적물이 일상사용에 꼭 필요한 경우에도 담보로 제공하여 직접 사용할 수 있으며, 전형적인 담보물권과 달리 양도담보는 목적물의 환가방법을 당사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 환가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 동산의 담보제공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양도담보로 제공된 목적물을 임의로 처분해버리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담보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종래 채권자는 형사고소를 통해 채무자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어서 채무자를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甲의 丙에 대한 처분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甲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입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대법원은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하고,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 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종래의 견해에 비해 보다 엄격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채무자인 甲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 乙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 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甲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형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으면서 민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비전형계약인 양도담보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책임의 강화, 형사처벌의 신설 등 민형사상 제재의 적절한 조절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여집니다. SW

law@haese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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