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우크라이나에 '백기' 협상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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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우크라이나에 '백기' 협상 권고
  •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승인 2024.03.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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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폴란드, EP의원 등 즉각 반발
교황 비오 12세의 나치 폭정 외면까지 언급
지난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우크라이나 제56 차량화보병 마리우폴 여단 소속 장교가 픽업 차량에 장착된 다연장 로켓 발사 지휘를 하고 있다. 바흐무트=AP
지난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우크라이나 제56 차량화보병 마리우폴 여단 소속 장교가 픽업 차량에 장착된 다연장 로켓 발사 지휘를 하고 있다. 바흐무트=AP

[시사주간=조명애 워싱턴 에디터·불문학 박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가 이른바 '백기'의 용기를 가져야 하며 러시아의 침공 이후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전쟁 종식에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프란치스코는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한 나라를 자살 행위로 몰고 가지 않는 것은 용기"라고 견해를 밝혔다.

토요일 로이터 통신에 제공된 인터뷰의 사전 녹취록과 부분 비디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는 "그것은 하나의 해석이며 사실"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는 "가장 강한 사람은 상황을 보고 국민을 생각하며 ‘백기’의 용기를 갖고 협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협상이라는 말은 용기 있는 말이다. 당신이 패배하고,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볼 때, 당신은 협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백기'나 '패배'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성명에서 교황이 인터뷰 진행자가 말한 "백기"라는 용어를 "협상의 용기로 달성된 적대 행위의 중단과 휴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원하지만 영토를 조금도 러시아에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측은 이 같은 조건으로는 평화를 논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 글을 올려 “우리의 국기는 노란색과 파란색이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죽고, 승리하는 깃발이다. 우리는 절대 다른 깃발을 들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쿨레바는 또한 교황 비오 12세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폭정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백기에 관한 한 우리는 20세기 전반부터 이 바티칸의 전략을 알고 있다"고 썼다. 또 "나는 (교황청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정당한 삶을 위해 싸우는 것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의 500만 인구를 가진 동방의례 가톨릭교회 수장인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대주교도 교황의 언급을 비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정복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지쳤지만, 서 있고 서 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X에 "균형을 위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할 용기를 갖도록 격려하는 것은 어떨까"면서 교황을 에둘러 비난했다.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악 앞에서 항복해서는 안 된다. 악과 싸워 물리쳐야 한다. 그래야 악이 백기를 들고 항복한다"고 에둘러 비판에 가세했다.

데니스 라트케 유럽의회(EP) 의원은 "안타깝게도 부끄럽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면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그의 입장은 그의 교황직을 나쁘게 보이도록 하며 이해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황은 지난해 8월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0차 전(全)러시아가톨릭청년총회에 보낸 영상에서 "위대한 러시아, 차르의 후예"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SW

jma@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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