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청년수당,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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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청년수당, 이대로 좋은가?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2.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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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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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청년수당을 받고 있는 25세 A씨는 요즘 카페에서 종일 시간을 보낸다. 집보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사용하며 지내는 게 훨씬 편하다는 이유다. 카페는 커피 외 브런치, 샌드위치 등 식사대용으로 먹을 사이드 메뉴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카페마다 경쟁적으로 여러 종류의 새로운 메뉴가 속속 출시되기도 한다. A씨는 카페에 오래 머물 경우 메뉴를 바꿔가며 2~3회 주문한다고 말한다. 카페에는 A씨 같은 청년들이 주 고객이다.

A씨는 당분간 매달 50만원씩 6개월 동안 받는 청년수당을 이렇게 사용할 계획이다.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구직 정보 사이트에 접속하며 기업 정보를 얻는다. A씨처럼 청년수당을 받는 대부분의 구직청년들이 수당을 이렇게 쓴다고 한다. 주로 사용하는 용도는 식비와 교통비, 그리고 인터넷 구매다. 체크카드인 클린카드를 사용하는 청년수당은 유흥·사행·레저·미용업종은 사용할 수 없다.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청년수당과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같은 목적이므로 중복 지급은 안 된다. 청년수당의 효시는 2016년 1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 성남시 거주 청년에게 시행된 ‘청년배당’이었다. 이후 청년수당은 지자체로는 서울시가 최초로 2016년 8월부터 저소득층 구직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시작해, 현재는 대부분의 대상자에게 주고 있다. 지원 대상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 고등학교·대학교 졸업 후 2년간 미취업자, 중위소득 150% 미만이 대상이다. 사실상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대상 청년이면 누구나 생애 한 번은 받을 수 있다. 올해 서울시 청년수당 예산은 150억 원이다.

청년수당은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도입돼 시행 중이며, 고용노동부가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청년수당과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합한 예산은 한 해 4000억 원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음해부터 '청년월세지원'도 함께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청년 1인 가구에 한해 서울의 치솟는 주거비를 지원하고자, 월 20만 원의 월세를 최대 10개월 간 지원한다. 5000명을 시작으로 2021~2022년 각 2만 명씩 3년간 총 4만5000명을 지원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청년이면 누구나 생애 한 번은 혜택을 받는 청년수당과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사업효과에 대해 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차세대, 미래세대를 짊어질 청년세대를 지원하는 정책에 일정 부분 필요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청년수당과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쓰임새와 효과, 그리고 지속가능성은 따져봐야 한다.

청년복지라는 이름으로 청년수당이 청년들에게 당장 용돈을 쥐어주는 것이 아닌, 자신과 사회를 보다 나은 미래로 만들어나가는데 역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인지 말이다. 물론 청년 개개인이 받는 액수는 전체 300만원에 그치지만, 대한민국 전체 예산으로 보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 정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청년들은 식비, 소매유통, 인터넷구매 등 생활비와 구직활동비용으로 절반 정도씩 나눠 사용한다. 횟수로는 식비가 제일 많고, 전체 금액은 인터넷구매가 제일 많다. 인터넷구매 30%, 식비 20%, 소매유통 12%, 또 기타가 12%다. 금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사실 인터넷구매는 뭘 샀는지 알 수 없다”

위의 브리핑과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청년들이 청년수당을 받아 주로 사용하는 형태를 보면 비슷하다. 특히 대부분 소비에 그친다는 점이다. 물론 식비나 인터넷 구매 등도 취업준비를 위한 지출로 볼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하더라도, 청년수당의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뭔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영국의 어느 정치인은 복지에 대해 “손에 무언가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손을 움직여 일하게 하는 것”이라 말했다. 지금 당장 청년 세대를 위한다고 돈을 쥐어주는 것이 능사인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흔한 속담이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일생동안 먹고 살 수 있다”는 진리가 있다.

노트북을 들고 이 카페 저 카페로 옮겨 다니는 청년 A씨나, 이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는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이 얼마만큼 도움이 되고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 개인적으로 청년수당을 받아 식비나 소비 용도로 쓰기보다는 도서구입비에 가장 많이 사용되기를 바란다. 젊은 시절 읽었던 책은 평생토록 남아있기 때문이고 취업을 하더라도 든든한 지적 재산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필자는 복지국가운동을 오랫동안 했다. 밑바닥부터 사회안전망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최근 연달아 들려오는 비극적 소식은 참으로 우울하게 만든다. 지난 10일 인천의 어느 마트에서는 30대 가장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우유와 사과를 훔치다 들킨 사건이 있었다. 곁에는 12살 아들이 함께 있었다. 병으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12세, 7세 자녀가 있는 가장이었다. 딱한 소식을 들은 경찰의 선처로 풀려나긴 했지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인천에서는 지난 달 19일에도 일가족 4명 모두가 빈곤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달 3일에는 성북구 한 주택에서 네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밑바닥 저소득 계층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과 함께, 극심한 빈부격차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여 지고 있다.

복지 재원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으로 먼저 향해야 함이 원칙이다. 유력 정치인과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는 청년복지 예산을 보며, 우리 사회 빈곤층의 현실이 뚜렷하게 겹쳐 보인다. 청년수당이 본래의 목적인 취업역량 강화에 얼마나 이바지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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