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청문회, 野 “사상전향·北인권” 지적에 與 ‘법알못’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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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청문회, 野 “사상전향·北인권” 지적에 與 ‘법알못’ 논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7.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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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청문회...가족 논란, ‘사상’ 도마 위
태영호 ‘사상전향’ 공격에 李 “남쪽 민주주의 이해도 떨어지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청산유수...北 인권문제에는 ‘진땀’
탈북민이 급진 좌파 학생운동가에 주체사상 묻는 아이러니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사상 검증 및 북한 인권문제 비판으로 맹공을 받았다. 이에 여당은 이를 두고 후보자에 대한 모독이자 ‘법알못’이라 반박하는 등, 청문회는 격한 논쟁의 자리로 벌어졌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 후보자는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통일부 장관직에 임명받은 소명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을 거쳐 온 겨레의 소망을 타고 불어왔던 평화의 순풍이 멈췄다. 한반도 평화 열차는 남북관계, 북미관계라는 두 개의 레일 위에서 나아간다”며 “병행 진전의 출발점은 남북관계 복원이다. ‘북미의 시간’을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고 접근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명과 달리,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날아든 것은 미래통합당의 이 후보자 가족 관련 증거제출 미비 비판이었다. 통일부 장관 임명 이래 각종 언론에서 제기돼온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의혹 등 가족 관련 의혹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김석기 통합당 간사가 “후보자 자녀에 대한 국민적 의혹 상당함에도 통합당의 무리한 의혹제기라 한다”라고 지적하자, 김영호 민주당 간사는 “야당에서 요구한 자료 724건 중 후보자 가족은 75%다. 후보자의 정책, 사상에 집중해달라”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질의에 들어서자 정부여당 측 위원단은 후보자의 남북·북미 관계 및 대북정책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련 질문을 물었다. 안민석 의원이 교착상태인 남북관계에 대해 묻자 이 후보자는 “현 고착정세가 미국 대선, 그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본다”며 “서로 조건이 맞으면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북이 가진 핵에 대한 셈법과 미국이 내놓는 조건이 얼마나 일치할지가 고려돼야한다”고 말했다.

한미합동 군사훈련 취소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이 보류되는 것에는 좋다는 생각을 가진다”며 “장관후보자로서 간접적으로 군사채널을 청취해보니, 올해 FOC 필요 수요는 전제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지속과 확산 추세 등 관련 부분을 종합적·전략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날 청문회에서 논쟁을 이끌어내고 장관 후보자에게 가장 압박을 가한 의원은 과거 주영 북한 공사이자 탈북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태영호 통합당 의원, 탈북민 출신의 지성호 통합당 의원이었다. 과거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존재한 NL계열의 좌파 학생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이 후보자가 의장을 맡으며 밟아온 급진적 행보가 외려 탈북 출신 의원들로부터 사상 검증 질타를 집중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오른쪽)과 지성호 미래통합당(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오른쪽)과 지성호 미래통합당(가운데)의 모습. 사진=뉴시스

태 의원은 이날 자신과 이 후보자의 과거 생애 궤적을 비교하는 자료까지 보이며 이 후보자에게 주체사상 신봉 여부 등을 되물었다. 태 의원은 “제가 지역구 선거를 하며 다가온 네거티브는 ‘빨갱이’, ‘사상검증 여부’였다. 후보자도 생애 이런 말을 들어봤느냐”고 묻자, 이 후보는 “정권에서 공개적으로 용공세력이라 지목한 적도 있으나, 제가 북에 충성맹세를 하거나 주체사상을 신봉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태 의원은 북한 대남공작원이 쓴 저서 속 간첩 신고 여부, 재판 기록 등을 인용하며 “제가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저는 사상 전향의 흔적을 보지 못했다. 반면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대한민국 만세’라 불렀다”며 “후보자는 언제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란 공개선언을 했느냐. 이를 국민 앞에 말하는 게 힘든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전향이란 말은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 전형적으로 해당한다. 제게 이를 묻는 것은 온당치 않은 질의”라며 “북에서 사상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겠으나, 남쪽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우리 민주 발전 수준에서 강요하지 않는다. 사상 전향 여부를 물어보는 건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 떨어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지 의원도 가세했다. 지 의원은 이 후보자의 북한인권법 반대, 북한 억류 선교사 사례 등을 거론하며 “본 위원은 북한 정권의 피해 당사자로 홀로코스트와 같은 수용소에서 고통 받던 북한 주민을 잊지 못한다. 후보자는 북한에 억류돼있는 우리 국민의 얼굴과 억류 수용소 위치, 건강상태도 모른다”며 “통일부는 우리 국민 송환에 대해 말만 할 뿐, 문재인 대통령 평양 순방 후 받은 송이버섯 2톤 선물만 대대적으로 홍보 한다”고 맹비판을 가했다.

탈북민 출신인 지성호 의원의 날선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되자,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으로 진땀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자가 “장담할 순 없으나, 억류돼있는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에 대해 분명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 답했으나, 납북자 사진을 보고도 “아직 몰랐다. 오늘 사진으로 봤다. 배우겠다”며 답변을 더듬자, 한 때 지 의원의 황당한 표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당 측 위원단은 야당 측 위원단의 사상검증-사상전향을 놓고 ‘모욕적인 질문’이라며 태 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본인은 법조인으로 일하며 ‘표현의 자유’ 영역에 있어 어디까지 아는 전문가라 자부한다”며 “색깔론 국민적 지탄 있으나 주체사상을 신봉하느냐, 믿느냐는 건 ‘십자가 밟아라’라는 질문이자 헌법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 말했다.

이에 태 의원은 오전 청문회 말미에 다시금 반박했다. 태 의원은 “사상 검증의 자리라 하고 궁금했던 것을 묻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건 물어보고 저런 건 묻지 마라’고 말하는 건 압박처럼 느껴진다. ‘나는 헌법 잘 아는데 너는 얼마나 아나’라는 식으로 청문회에 선을 그어놓고 있다”라 비판했다. 그러자 송영길 위원장은 “국회에 처음 오셨기에 여러 관행들 좀 더 익혀달라”고 뒤끝을 남기는 등, 이날 오전 청문회는 정회 이후 여야의 입씨름이 한동안 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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