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에서 탄핵된 트럼프, 위기인가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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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에서 탄핵된 트럼프, 위기인가 기회인가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9.12.2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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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에서 부결되어도 정치적 내상, 공화당 지지자 결속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이 하원을 통과한 대통령 탄핵안의 상원 송부를 고의로 미루고 있다고 규탄하며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사진 / AP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이 하원을 통과한 대통령 탄핵안의 상원 송부를 고의로 미루고 있다고 규탄하며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사진 / 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에서 통과가 되어도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는 일단 빨간 불이 켜졌다.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시킨 사유는 '권력 남용'과 '의회 조사 방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현지 행적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고, 통화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금 집행을 갑자기 보류시킨 바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제3국에 압박을 가했고 자신의 탄핵 조사에 대해 행정부 각 기관과 핵심 증인들의 협조를 막았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으며 이는 민주당이 주가 된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요인이 됐다.

하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것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이후 세번째지만 이 두 대통령 모두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도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탄핵이 이루어지려면 상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무소속 2석이다. 따라서 공화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이탈표를 던지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가결이 불가능하며 현재 공화당 내에서 이탈의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 소식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차분함을 유지한 것도 '결국은 부결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공화당의 표는 100%였다. 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단결하고 있다. 공화당이 아무 일도 안하고 있는 민주당의 미국 역사상 최대 마녀사냥 지속에 동조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탄핵당했다. 민주당은 지금 소추안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상원에도 전달하지 않으려하지만 이는 상원의 요청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상원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말은 탄핵을 가결시킨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아직 소추안을 상원에 언제 보낼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을 든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탄핵 소추안을 언제 넘길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일이 앞으로 벌어질 지 지켜보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펠로시의 이런 모호한 태도가 '민주당의 탄핵 논거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트럼프의 재선 가도에는 일단 빨간 불이 켜진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이 탄핵을 바탕으로 트럼프의 실정을 공격한다면 그만큼 자신들에게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이 소추안을 넘기지 않는 이유가 '탄핵 카드'를 계속 움켜쥐며 선거를 위한 '장기전'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가 자신했던 대로 '공화당의 이탈표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탄핵이 공화당 지지자들을 결속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의 탄핵이 오히려 대선 가도에서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탄핵 여부가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최근 '새로운 길을 걷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명운을 걸고 있는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도 변수다. 현 상황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북한의 추가 도발 및 대북제제 해제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돌파할 지가 문제다.

'정치적인 내상'을 입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의 희망대로 공화당의 단결을 이루어내며 재선에 성공할 지, 아니면 '탄핵'의 꼬리표를 계속 달면서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지, 시계는 양당 대선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내년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향해 가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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