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내 맘대로 근로시간’ 비판에도 노동부 “법 위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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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내 맘대로 근로시간’ 비판에도 노동부 “법 위반 아냐”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2.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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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근로시간 조정, ‘합의’ 아닌 ‘협의’ 일방통행
알바노조 “스케쥴 알바? 거부권 없는 일방 지시”
고용노동부 “취업규칙, 제반조항 달아도 법 위반 X”
맥도날드, 취업규칙 법리검토 묻자 “편향보도 자제”
지난 2015년 4월 알바노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맥도날드 앞에서 맥도날드 노동환경 실태를 규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015년 4월 알바노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신촌 맥도날드 앞에서 맥도날드 노동환경 실태를 규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한국맥도날드(이하 맥도날드)의 취업규칙이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일방적으로 정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와 맥도날드는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정의당 노동상담창구 ‘비상구’에서 확보한 맥도날드 크루 및 라이더의 근로계약서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계약서에서 근로자와의 소정근로시간 조정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로 정하는 것이 아닌 ‘협의’라 기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는 양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찬성 및 거부권을 가지며 의견을 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협의는 한쪽에서 상대의 의견을 구할 뿐 이에 대한 결정 사항은 일방에 있으며, 실행 또한 일방에 의해 이뤄짐을 의미한다. 맥도날드는 이 같은 형태의 ‘협의’를 사용자-근로자 간 소정근로시간 결정사항에 적용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맥도날드 측에서 계약서에 ‘협의’로 기재할 수 있도록 근거가 된 맥도날드 취업규칙이다. 맥도날드는 취업규칙 제32·37조를 통해 “회사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직원의 근무일·근무시간, 시업·종업·휴게 시간을 변경 또는 교대근무를 명할 수 있으며, 회사는 가능한 사전에 직원에게 통보해야한다”고 명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는 해당 취업규칙을 이용해 소정근로시간 결정을 일방적으로 주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근로기준법 제17조 1항은 소정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변경의 조건 및 취지를 명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단시간근로자 초과근로 관련 지침’도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변경은 사용자-근로자 간 명시적·확정적인 합의에 따른다”고 해석하고 있다.

사진=알바노조
사진=알바노조

◇ 알바노조 “협의-지시로 근로시간 정하기, 명백한 노동법 위반”

맥도날드 알바노조는 해당 문제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알바노조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단체협상을 할 때도 ‘협의’가 아닌 ‘합의’로 변경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당해 4월 보낸 단체 협약안부터 단체협상중인 현재까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르바이트 근로자도 한 달 일해 벌어야 하는 필수적인 근로시간이 있다. 이를 관리자급에서 일방적으로 정해 요구해도 근로자는 사실상 거부권이 없다”며 “이는 사실상 협의-지시에 따라 이뤄지는 형태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임에도 오랫동안 사측은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맥도날드는 전국에 각 직영점 및 대리점 약 410여곳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크루'로 불리는 아르바이트 근로자 근무 형태도 스케쥴 신청 방식이다.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스케쥴을 신청하면 관리자급이 이를 조정해 이뤄진다는 형식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로는 근로자에 노동시간 권리 침해뿐만 아니라 업무과다, 겸직금지 문제로까지 커진다는 점이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각 매장의 근로자 근로시간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장별 매출에 따른 인건비 산정이다. 매출이 적어지면 그만큼 근로자별 근로시간을 삭감, 나아가 근로자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장 내 근로자는 2명이 할 일을 1명이 맡는 업무과다 문제에 놓이기 쉽다. 또 기존 정직원이 관리하던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근로시간 조정은 크루와 같은 시급제 아르바이트 근로자에게 전임됐다고 알바노조 측은 증언했다. 이 때문에 유동적인 근로시간 활용이라는 계약과 달리, 관리직 알바생은 해당 업무로 사실상 겸직금지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 고용노동부 “취업규칙, 제반조항 달아도 법 위반 대상 안돼”

알바노조의 비판을 종합하면 맥도날드의 해당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노동시간 주권을 고무줄처럼 주도·침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는 임금체불 및 이로 인한 업무과다 위험, 근로계약에서 보장한다는 근로시간 유동성 침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약속한 노동시간 주권 보장이 사실상 유명무실화 되면서 맥도날드의 경우도 이에 편승하는 형태로 보인다.

그런데 이를 해석할 고용노동부 측은 이 같은 맥도날드의 취업규칙과 이로 인한 문제 파생에 대해 유보적인 해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실제 위반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를 위법적이라 해석할 순 없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용자의 취업규칙 신고 시 이를 심사하는 관할청도 100% 완벽하게 오류를 잡아낼 순 없다”면서 “단서조항 등 제반조항을 단다 해서 그 자체를 법위반-시정명령 및 형사처벌의 대상까지 둘 순 없다”고 답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 맥도날드, 34년간 ‘내 맘대로’ 근로시간 취업규칙 검토 안했나

맥도날드는 1986년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처음 상륙했다. 올해로 34주년이 되는 맥도날드는, 정작 위법 비판을 받는 취업규칙에 있어서는 노조와 노동권의 비판에도 이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모습이다. 맥도날드와의 단체협상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해당 취업규칙 변경을 사실상 의도적으로 묵인한다는 의심을 사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더욱이 알바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과거에는 수기로 스케쥴 신청 시스템을 운영하다 2018년 12월 31일 이후 인터넷 스케쥴 신청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는 최소한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410여곳 매장에서 이뤄진 근로시간 조정 및 수락 건수에 대한 통계자료를 보유할 요건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20일 오후 본지는 맥도날드 측 안내에 따라, 담당 홍보대행사에 맥도날드의 해당 취업규칙이 언제 제정됐는지, 해당 규칙의 법리 검토가 있었는지 여부 및 지난해 근로 조정 건수 통계 자료 등을 요구했다. 더불어 노동권에서 지적하는 일방적인 근로시간 조정 비판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시급제 직원은 근로시스템에 원하는 근로시간을 넣으면 이를 매장이 정하고, 정한 분을 근로자가 수락하는 구조로 근무시간을 동의해 정하고 있다”며 “당사는 근로자의 동의 하에 신청 스케쥴을 조정하지, 일방적으로 정하고 따르지 않는다. 해당 근로계약서상 문구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본지가 지적하고 요구한 사실 확인 및 자료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맥도날드 측은 본지가 지적한 점에 대해 “결코 위법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보 없이는 정확한 확인을 드릴 수 없다”며 “자사 입장에 대해 정확한 사전 취재·확인없이 보도하는 것에는 법적대응을 하겠다. 편향적인 보도를 자제하라”라고 답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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