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장애' 부각 언론 보도,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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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장애' 부각 언론 보도, 신중해야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9.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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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사진=KBS 홈페이지 캡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강원 인제 방태산 산행 청각장애인 119 구조대 구조” 지난 27일자 KBS의 보도다. 산행을 갔다 조난당한 등산객인 청각장애인들이 12시간 만에 구조됐다는 내용이다.

이날 다른 언론들도 KBS와 유사한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 보도들의 공통점은 ‘청각장애인의 조난과 구조’를 헤드라인(headline)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등산을 했던 이들은 산악 동호모임에 활동하는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에 장애가 있었지만 등산을 하는데 제약이 없었고 조난을 당한 것도 길을 잘못 들어서였다. 장애로 인해 조난이 난 것이 아니다. 또한 구조 과정에서 휴대폰 통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애로 인한 구조의 어려움은 없었다. 

언론에서 등산객이 청각장애인이니 관련 내용을 싣는 것은 당연하지만 '청각장애'를 헤드라인으로 부각시킬 필요는 없었다. 청각장애를 부각시킴으로 독자들이 ‘장애로 인한 조난’, ‘무리한 등반으로 생긴 사건’ 등 오해를 할 수 있고, 불특정 청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조난사건을 연상시킬 우려가 있는 등 부정적 인식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BS의 방송제작 가이드라인(2020)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KBS의 가이드라인에는 “장애가 이야기의 중심이 아닌 이상, 장애에 초점을 맞춰 불필요하게 장애를 부각하거나...”(‘장애인 묘사’와 관련한 부분)라는 내용이 있다. 사건이 장애가 중심이 아니면 장애인을 부각하거나 왜곡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른 언론도 유사한 보도 기준들이 있다. 한국기자협회의 경우 '인권보도준칙'을 두고 있는데, 보도준칙 제3장(장애인 인권)에 유사한 내용이 있다. 장애인의 보도에서 ‘장애 유형과 장애 상태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국제 문서에도 관련 내용들이 있다. 1980년대 유네스코(UNESCO)에서 배포된 “장애인 핸드북”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핸드북에서 언론이 장애인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조심해야할 사항으로 “(장애인으로서)문제를 부각시키지 말고 사람을 부각시켜야 한다.”(Highlight the person, not the problem)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에서 ‘장애’의 문제를 신중히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거론했듯이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범행동기 등이 모호할 경우 ‘정신질환자의 범행 추정’으로 기사화하는 경우들이 있다. 범행동기가 밝혀지지 않았고, 범행과의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이런 보도로 독자는 그렇게 믿어버린다. 

또한 언론이 ‘장애’를 부각시킬 경우 장애인들이 대상화 될 수 있다. 모든 장애인들이 기사와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보호는 거창한 행위가 아니라도 가능하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말이다. 언론이 보도에 있어서 ‘장애’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것, 동등한 인간의 관점에서 보도를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노력만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 수 있고, 차별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언론은 명심해야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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