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감염병으로 탄생한 르네상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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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감염병으로 탄생한 르네상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3.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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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밀랍 인형 모습. 사진=마담 투소
베를린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밀랍 인형 모습. 사진=마담 투소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근대문학의 발원은 영국의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로부터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고전문학에서 프랑스어는 일찌감치 화려한 꽃을 피워 전 유럽에 프랑스 문학의 영향력을 넓혔다. 하지만 영문학의 위치를 단숨에 유럽 고전문학의 가장 높은 자리로 올려놓은 인물은 바로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대도시 런던에서 극작가이자 배우로서의 삶을 살았다. 극단에서 단역을 맡고, 한편으로 극단 전속 작가가 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희극과 가벼운 사극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한여름 밤의 꿈>, <사랑의 헛수고>,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등 오늘날 널리 알려진 희극을 발표했다. 로맨틱 코미디 소설의 직계조상 격이 바로 셰익스피어라 하겠다.

이처럼 셰익스피어의 초기, 그의 희극은 인생의 밝고 즐거운 면을 가볍고 유쾌하게 다루며 격찬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인 비극 문학, 즉 복수 유혈 비극을 다루기 시작한 시기는 작품 활동 제2기에 접어들면서 부터다. 셰익스피어는 40세가 되던 전후 무렵 본격적으로 비극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가 바로 런던에 감염병이 창궐하던 때.

유럽의 감염병 창궐은 실로 엄청난 공포였다. 유럽에서는 14세기 흑사병을 비롯해 말라리아, 콜레라, 홍역 등 여러 감염병이 창궐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은 흑사병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사망했다. 흑사병을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고전 소설이 바로 이탈리아 문학가 지오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데카메론>에는 이탈리아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가 흑사병 창궐로 참혹하게 변하고, 인간 본성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에 대해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데카메론>은 흑사병으로 아비규환인 피렌체를 탈출해 시골로 간 10명의 남녀 무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들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10명이 매일 각자 한 가지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속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데카메론>은 훗날 셰익스피어의 문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피렌체처럼 런던에도 감염병이 돌자, 셰익스피어가 몸던 극단은 폐쇄됐다. 극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감염병 확산에 치명적이다. 런던 같은 도시에서 괴질이 한번이라도 퍼지면 도시 인구 10분의 1이 순식간에 목숨을 뺏겼다. 셰익스페어도 괴질을 피해 시골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때가 불멸의 4대 비극 등 제2기 문학이 탄생한 시기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비극 작품의 연대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시작해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로 이어진다. 청춘 남녀의 연애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질투와 이간질, 원한의 가정비극 <오셀로>로, 궁정의 비극 <햄릿>, <리어왕>, <맥베스>로 이어진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실로 경탄할 만큼 인간 영혼의 밑바닥까지 후벼 판다. 증오와 음모, 배신, 욕정, 살인, 비밀과 암투, 왕권 찬탈의 광기가 난무하는 궁정 비극은 주인공들을 나락으로 몰고 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은 인물들의 완전한 몰락을 통해 비로소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이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흑사병 창궐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탄생시켰고, 런던에 퍼진 괴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완성시켰다. 인간 사회를 덮친 재앙은 인간에게 또 다른 변화를 움트게 한다. 흑사병의 참상은 사회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로마 교황청의 권력은 도전 받았고, 이로 인해 ‘인간’을 강조한 르네상스 시대로 발전토록 만들었다. 르네상스의 의미는 ‘재생’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재생을 낳았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운하의 물이 맑아졌다. 물이 깨끗해지자 운하에는 백조와 오리가, 심지어 물고기와 돌고래까지 돌아오도록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만들어진 역설이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어느새 우리네 봄기운도 완연해지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여 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사이 하늘은 신기할 정도로 맑고 푸르다. 깨끗하고 쾌청한 봄 날씨에 감사함을 느끼고 위안을 얻는다. 산과 들에는 진달래, 개나리, 생강나무꽃이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했다. 벚나무들도 모두 통통한 꽃망울을 매달고 있어 곧 화려하게 만개할 것이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역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자연의 질서와 법칙은 언제나 인간을 능가한다. 감염병의 창궐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시련을 통해 인간은 지혜를 얻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평소에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 정다운 눈길이 간다. 이 시련이 지나가면 ‘재생’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라 본다. 르네상스의 의미가 ‘재생’이었던 것처럼!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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