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작은 불꽃이 들판을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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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작은 불꽃이 들판을 태운다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08.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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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채원 기자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세상일이란 작은 일에 소홀하면 큰일에도 소홀해진다. 이것은 끝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으로 만들기도 한다. 176석의 거대 여당은 견제 세력 없는 독주 체제로 정당정치의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거여(巨與) 정국은 작은 징후들이나 비중이 약한 문제점은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여 버리기 쉽다.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이 이런 식이면 의회 민주주의는 심대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정 혼란상은 전 분야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인 부동산 문제를 보자. 문재인 정부는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내놓은 정책마다 혼란을 가져왔으며, 특히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 이에 대한 반발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집회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시민모임’, ‘임대사업자협회 추진위원회’ 등 단체들의 이름 속 이슈들도 여러 가지다.

이들은 “정부가 집값 상승 책임을 다주택자에게 전가한다”며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가 집회에서 나오는 등 향후 위헌 소송도 예고하고 있다. 여론도 심상치 않다. 다주택자 문제에 있어 현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 고위 공직자, 여당 국회의원들의 주택 보유도 자유롭지 못하다. 범여권 국회의원 180명 중 42명이 다주택자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 관계자들의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만은 고조되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전국이 수해로 난리다. 부산에 이어 대전에는 연이은 폭우로 재산과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 국회의원, 그중에서도 침수피해가 큰 대전 중구에 지역구를 둔 모 의원의 처신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들 의원들은 아늑한 의원회관 사무실에 모여 파안대소를 하며 ‘엄지 척’ 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다.

아이러니하달까. 사진 속 그들 너머 TV 뉴스는 ‘대전 침수 1명 심정지’ 등 홍수 피해를 알리는 모습이 함께 찍혔다. 의원 본인의 지역구에 물난리가 남에도 아랑곳없이 뜻 맞는 의원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보노라니,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라는 원성이 저절로 나온다. 당장 자신의 지역구로 내려가 민생을 살펴도 부족함이 없을 텐데 말이다. 대중의 공분은 의원 스스로가 보인 책임성의 자세만큼 거세게 불타올랐다.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성 비위 사건도 끊이질 않는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이번에는 뉴질랜드 외교관의 성추문까지 불거졌다. 해당 외교관은 이미 2017년 동성 성추행 의혹으로 당국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필리핀 총영사로 옮겨 뉴질랜드 당국의 수사망을 피했다.

우리나라 시민들은 예상도 못했던 사건이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 통화서 언급함으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뉴질랜드의 한 방송사가 해당 외교관의 성추행 혐의를 폭로하고 그 사진과 실명까지 공개한 덕이다. 이 같은 국제적 망신은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말에는 부산의 한 국립해양박물관장이 벌인 성추행 혐의 등 비리로 해임됐다.

현 정부는 4·15 총선 압승 등으로 입법·행정·지방자치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그럼에도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아 경제 상황은 온통 적신호가 켜져있다. 위기로 치닫는 상황임에도 성추문을 비롯한 공직 사회 기강은 고삐 풀린 듯 제멋대로다. 파국은 언제나 작은 불씨에서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은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큰일을 처리하듯 해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중 『버려 둔 불꽃이 집을 태운다』의 교훈을 얻어 보자. 시작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아주 사소한 일이 발단이 비극을 초래한다는 줄거리다. 농부인 이반 가족은 근면하고 농사도 잘 지어 매우 풍족하게 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가브리엘 가족과도 서로 농사일을 도와가며 친하게 지냈다. 그러나 파국의 발단은 한 마리의 암탉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반의 며느리는 부활절을 맞아 달걀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반의 암탉이 담장을 넘어 가브리엘네로 가서 알을 낳았다. 이반의 며느리는 달걀을 찾으러 갔지만, 가브리엘의 어머니는 “우리도 달걀이 충분한데 무슨 소리냐” 며 오히려 핀잔을 줬다. 화가 난 이반의 며느리와 가브리엘의 어머니는 서로 험담을 하며 싸웠고, 금세 동네 아낙네들이 가세하며 여자들끼리 편을 갈라 온갖 악담을 내뱉는 등 싸움이 커졌다.

여자들이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자, 이반과 가브리엘 가족의 남자들까지 가세했다. 삽시간에 사이좋던 이웃은 한 순간에 원수지간이 됐다. 고작 달걀 한 개 때문이었다. 이반과 가브리엘은 서로를 맞고소 했다. 쇠막대기 한 개만 보이지 않아도 의심하는 등 매일 말다툼과 몸싸움을 하며 고소장을 남발했다. 동네 아이들, 여자들도 서로 편을 나뉘어 악담을 늘어놓으며 비방하는 등 평화로운 마을은 불신으로 가득했다.

마을 판사가 이반과 가브리엘을 화해시키려 해도 헛수고였다. 이반과 가브리엘은 철천지원수가 돼 서로 파멸하기만 바라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반은 가브리엘이 이반의 농장으로 넘어와 작은 불씨를 지피는 걸 목격했다. 가브리엘이 도망을 치자 이반은 죽어라 그를 쫓아갔다.

그때 뒤를 돌아보니 이반의 농장과 집이 불타고 있었다. 화마는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라 이반의 집은 물론 가브리엘 집까지 몽땅 불태웠다. 이반은 가브리엘이 놓았던 작은 불씨만 제때 껐더라면 전 재산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후회해도 때는 늦었다. 가브리엘 역시 자신의 어리석음에 가슴을 쳤다.

모든 재산을 잃은 후에야 두 사람은 화해하고 오두막을 지어 함께 기거하며 새롭게 재건하기 시작했다. 달걀 한 개 때문에 시작한 싸움이었다.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우 듯, 작은 불씨라도 소홀히 여기면 큰 불이 되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한다. 톨스토이의 이야기 속 교훈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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