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민주화유공자 예우법’은 운동권 특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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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민주화유공자 예우법’은 운동권 특권인가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10.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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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주최한 거국중립내각쟁취 범국민결의대회에에서 각 지방 학생 대표들이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 아카이브
1987년 11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가 주최한 거국중립내각쟁취 범국민결의대회에서 각 지방 학생 대표들이 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 아카이브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대학생 시절 운동권이던 한 인사가 있다. 586세대이며 이른바 명문대학이라 일컫는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 시절 내내 운동권에 몸담았다. 반미운동의 선두에 서서 “미국 군사패권주의, 대미 굴종이 남북분단의 발목을 잡는다”고 외쳤다. 반일적·친북적 주장까지 부르짖던 그는 대학 졸업 후 한 시민단체 간부를 역임했으며, 이른바 ‘민주화 운동가’로까지 불리게 된다.

그는 지금 현재 한 좌파 정당의 핵심 요직에 있다. 대학입학부터 시작해 한 번도 이 궤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대학교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일관된 사상을 유지한다. 그런 그는 가끔 그 시절을 무용담처럼 말하곤 했다. “대학생 때 데모하면서 맥도날드 햄버거 점포 유리창을 망치로 때렸는데도 안 깨지더라” 그가 어떤 사람이 사들고 온 버거킹 햄버거를 먹으면서 했던 말이다.

그의 성향을 모르는 사람이 함께 먹자고 포장해온 햄버거를 성의를 생각해서 먹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가 점포 유리창을 망치로 내리치던 맥도날드의 햄버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을까. 하지만 그의 일상생활은 어떤 사회주의자보다도 자본주의에 충실했으며 돈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의 사고는 아직도 80년대 운동권 방식을 고스란히 유지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필자가 운동권 인사들에게서 자주 느끼는 형용모순이랄까.

운동권에 몸담던 이들은 세력화돼 ‘민주화 운동가’라는 훈장을 스스로에게 달았다. 그리고 어느새 이 나라에서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올라섰다. 운동권 세력은 현재 우리 사회의 ‘메인스트림’이 됐고, 곳곳에서 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정치권력을 움켜쥐니 거칠 것이 없을 듯하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던 민주화 운동가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은 유지하고 싶다. 또 같은 운동권 세력끼리 권력과 일자리 주고받는 것을 운동권 세력이 영속하는 길로 인식한다. 운동권 세력과 관련된 여러 단체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도 유지도 중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공생공사 관계로 끈끈하게 연결한다.

필자는 가끔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의안정보를 모니터한다. 국회의원들이 어떤 법률안을 발의했는지, 직설적으로 말해 어떤 의원이 ‘법 같지도 않은 법’을 발의하진 않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지난 달 23일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한 한 법률안이 논란의 그것이겠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0인이 입법 발의한 ‘민주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다. 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률안의 제안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법 제정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려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 그러면서 “민주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교육·취업·의료·대부·양로·양육 지원 및 그 밖의 지원을 실시함”이라 적었다. 민주화 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다.

예우 수준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어져온 민주화운동은 ‘586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름 없는 무수한 시민들의 참여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민주화운동에 동참한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 “민주화운동가”라 자처하는 이들은 이를 직업화했다. 민주화유공자니 예우니, 스스로 주장하지 않은 수많은 이들은 삶의 현장에서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중 예우가 필요한 사람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국가가 명예회복 및 보상을 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 의원이 대표발의 한 법률안은 자칫 ‘특권과 과도한 혜택을 주겠다’는 의도로 비춰져 공정성에 의문을 들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들어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응시해 합격한 신입생이 18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화 운동 인사 자녀 특혜 전형”이라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전남대, 성공회대도 수시모집 우대 전형으로 운영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천명한다. 2003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를 되새겨본다.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고자 한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크게 공감했던 취임사였다.

민주당 586세대의 핵심 세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의회에 진출했던 운동권이다. 그럼에도 현재 민주당 5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본다면 과연 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얼마나 합당하게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586 운동권 출신의 의원들에게서 반칙과 특권, 원칙과 신뢰 상실을 목도하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열매를 운동권과 가족들이 세습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권 의식의 발로이며, 특수 계급화를 의미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서두에 적은 운동권 인사만 해도 자녀들이 대학진학 혹은 취업을 준비 중이다. 586 운동권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력화 된 혜택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집권 여당 국회의원들은 전체 국민들을 바라보는 정책과 입법을 해야 공정하다. 과거 운동권과 그 가족들에게 하려는 지나친 예우는 절대 다수의 젊은 세대를 좌절하게 만든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그 어느 시기보다 잔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년층을 생각한다면, 운동권 그들의 특권의식부터 내려놔야 한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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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 2020-10-14 08:14:0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86 세대에도 양식있는 분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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